배경훈 "피해 입은 과학기술계에 사과"
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. 2025.10.13
[세종 세계타임즈 = 이채봉 기자]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연구개발(R&D) 예산 삭감 과정에 대해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주요 R&D를 10조원으로 삭감하라고 한 사실을 인정하며 "대통령실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"고 말했다.배 부총리는 13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R&D 삭감 과정 및 예산 조정을 누가 주도했냐는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.
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초부터 R&D 예산 삭감 과정 조사 태스크포스(TF)를 운영해 당시 삭감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.노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R&D 예산 삭감 과정 조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과기정통부는 전년 대비 6천억원 증액한 25조4천억원 규모 주요 R&D 예산을 마련했다.하지만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'R&D 나눠먹기'를 지적하며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고, 7월 6일에는 최 수석이 대통령 보고 이후 주요 R&D를 10조원으로 맞추라는 지시를 내렸다.이는 2008년 수준이라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.
과기정통부는 7일 주요 R&D 예산 10% 이상 구조조정하는 대상 절감 재원을 재투자하는 내용으로 'R&D 카르텔 혁파 및 꿈의 R&D 대전환 방안'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었지만, 5일 최 수석이 대통령에게 10조원 재검토안을 보고한 후 취소됐다.이후 최 수석은 10조원을 기반으로 타당성 있는 예산을 하나하나 더해가는 '벽돌쌓기' 방식을 진행하겠다며 증액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.7월 20일 열린 대통령 주재 용산 내부 토론회에서 대통령실은 17조4천억원으로 주요 R&D 예산을 만들 것을 통보했고, 이후 과기정통부의 필요성 설득으로 21조5조원 규모 주요 R&D 예산이 만들어졌다.
배 부총리는 "혁본에서도 여러 필요성에 대해 계속 보고했고, 그 과정에서 벽돌 쌓기로 진행하고 주도한 것은 경제수석으로 알고 있다"고 말했다.오대현 전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은 최 수석 지시에 대해 "장관, 혁신본부장, 혁신조정관과 제가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서 보고를 듣고 지시받았다"고 말했다.당시 최 수석이 '과학계는 카르텔이지만 기재부는 엘리트여서 카르텔이 아니다'는 발언을 했냐는 노 의원의 질의에 오대현 전 국장은 "그런 취지의 발언이 있었던 것 같다"고 말했다.
과기정통부는 10조원 규모 R&D에 대해 대학 석박사급 연구인력 인건비 9천억원이 삭감되는 문제가 있고, 중견연구자 지원도 제외된다고 반대 입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.이번 R&D 예산 삭감의 출발점이 2023년 4월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이었다는 분석도 보고서에 실렸다.당초 2022년 11월 윤 전 대통령과 과학기술계 원로 간 간담회에서 R&D 나눠먹기가 언급되며 계기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지만, 이듬해 4월 미국 순방 직후 한미 기술동맹, R&D 국제협력 대폭 확대 등이 언급됐다는 것이다.
이후 2023년 5월 국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게 R&D 나눠먹기를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.순방에서 윤 전 대통령은 디지털바이오 분야 석학과 대화 등을 진행했으며, 이후 R&D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8월 초 다시 증액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, 식품의약품안전처 R&D 예산을 1조원 이상 늘리라는 지시가 대통령실로부터 있었다는 것이다.배 부총리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R&D 삭감 출발점이 4월 미국 순방이 아니냐는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"순방 이후 글로벌 R&D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강조가 됐고 관련된 예산 확보에 대한 논의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"고 말했다.
최 수석의 지시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노 의원의 질의에 배 부총리는 "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지만 과기정통부 내부 TF로는 어렵다"고 답했다.한편 배 부총리는 R&D 삭감으로 피해를 본 과학기술계에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"R&D 삭감으로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"며 "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과기정통부는 최소의 노력을 다하겠다"고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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